흙수저 테스트, 서민도 아닌 하층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씁쓸한 흙수저 빙고게임

오늘 SNS를 뜨겁게 달구는 글이 있으니, 흙수저 빙고게임이다. 항목이 어찌나 구체적인지 씁쓸하다.

링크: 농담인데 불편하네 '수저계급론'

집 & 자동차 :연립주택, 월세 또는 1억 이하 전세, 집에 욕조 없음. 차 없거나 연식 오래됨.

연립주택, 다세대, 다가구 주택에 사는 사람은 우선 싸잡아 흙수저로 분류가 된다. 아파트에 산다고 자유롭지도 않다. 아파트 30평형 이상이 되지 않는한 욕조가 없다. 작은 평수에 욕조가 있다해도 금세 떼어내고 샤워부스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욕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욕실에 공간이 없는 탓이다.

인테리어 및 생활습관

이 부분은 더욱 구체적이다. 

- 화장실에 물 받는 대야가 있다.

- 비데가 없다

- 장판이 뜨거나 뜯긴곳이 있다. 

- 브라운관 TV나 30인치 이하 TV

- 냉동실에 비닐안에 든 뭔가가 많다.

- 고기에 물 넣는 요리를 자주 해 먹는다.

- 식탁아래 식탁보 비닐로 되어 있다.

- 옷장안에 유행지난 옷이 많다.

- 집에 곰팡이 핀 곳이 있다.

어찌나 구체적인지 가슴을 헤집는다. 글쎄. 다 이렇게 지지고 볶고 사는거 아니냐고 생각하며, "우리네 사는게 다 그렇지 뭐"라며 살았다. 그런데 흙수저 빙고게임 테스트에 구체적으로 명세된 문장을 보니 그동안 다 그렇고 그렇게 산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하층민인 필자'만'의 일이었다는 사실에 씁쓸해진다.

 

부모님: 취미없음, 건강검진 정기적으로 안 받음, 자식교육 집착, 음식 남기는것에 잔소리

부모님에 관한 기술도 마찬가지다. 

살림이 퍽퍽하다보니 건강검진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받기 힘들고, 음식 남기는 것에 아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어 한 말씀 하실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자녀들은 이렇게 살길 원하지 않기에 자녀교육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생활: 세배돈, 알바, 신발

세배돈을 10만원 넘겨본 적이 없다거나 (주변도 형편이 넉넉치 않다는 뜻), 알바를 했더나, 신발을 1년에 두어켤레로 신는다는 등의 구체적인 항목도 날카롭다.

그렇다. 흙수저 빙고게임 테스트라며 제목은 귀엽게 지었으나, 내용은 하나도 재미있지 않다. 그럼 이렇게 서민들의 삶은 우스개 빙고게임 취급하는 다른 이들의 삶은 어떠한지 보자.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의 기준도 세분화 되어있다.

금수저는 자산 20억원 이상, 연수입 2억원 이상이다.

은수저는 자산 10억원 이상, 연수입 8000만원 이상이다.

동수저는 자산 5억원 또는 수입 5500만원 이상이다.

흙수저는 위의 흙수저 테스트, 흙수저 빙고게임에서 해당되는 항목이 10개 이상이거나, 자산 5000만원 미만, 연수입 2000만원 미만을 뜻한다.

대기업에 취업하여 과장급 이상이 되면 수입 5천만원 정도가 되는데, 단순히 본인 직업 만으로 동수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가 연봉이 5천 이상이어도 부모님이 빚이 있거나 집이 힘들면 동수저 축에 낄 수 없다. 즉, 이 기준은 부모의 수입 기준으로 자녀의 노력으로는 바뀔 수 가 없다.

바로 이 점이 구분지어지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이제 와서 부모님의 직업이나 자산이 갑자기 바뀌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자녀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를 번듯히 키우기 위해 뒷바라지를 하노라면, 동수저가 흙수저되고, 은수저도 동수저 되기 십상이다. 자녀 입장에서 보자면, 자녀 때문에 이렇게 된 부모님께 죄송하고 씁쓸하고, 개인의 노력으로 어찌하기 힘들다는 점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있다는 것은 알았어도, 그 것을 기정사실화하여 분류를 하고, 대면하게 되니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