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듯 자연스럽게 전화번호 부분만 북 뜯어낶다. 아예 전단지를 떼어내는 것도 아니고 언뜻 보면 관심이 있어서 뜯어가는 사람처럼 보이나 아니었다. 정확하게 남의 전단지 전화번호만 뜯고 있었다.
신축 급매, 신축 급 분양 광고는 매일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등산복남처럼 남의 전단지를 훼손하는 짓도 하는 모양이다. 더덕더덕 붙어있는 빌라 신축 분양 전단지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짠한 마음이 든다. 이런 전단지의 주인공들은 부자들이 아니라 옆사람에게 솔깃해서 빚 내서 집을 짓는 이들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보통 자기 집을 지을 때 제 돈으로 지을 수 있는 이는 몇 없다. 집을 담보로 건축 자금을 끌어다 쓰고, 새 집을 지어 분양만 하면 들인 돈 뿐 아니라 돈 방석에 앉을 거라고 기대에 부풀어 집을 짓는 것이다. 단순히 계산해 보면 그동안 월세 3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원룸 8칸 있는 것과 새로 지어서 신축 원룸으로 월세 50만원 받을 수 있는 오피스텔 20칸을 가지게 되는 것 중 어떤 것이 낫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짓기만 하면 오피스텔 20칸에 누가 들어오냐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혼자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북한산을 가다 불광역 근처를 보면 신축 원룸 오피스텔이 즐비하다. 모두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는다. 재미삼아 가격을 물어봤더니 역시나 신축이랍시고 비싸게 부른다. 물론 신축이기 때문에 평수는 훨씬 작다. 그 돈에 그 평수면 차라리 강남 인근 지역 원룸을 얻을 수 있다. 불광역 인근 오피스텔의 수요는 압구정, 신사 지역 출퇴근 인구가 많다. 3호선 라인으로 한번에 갈 수 있고 시간도 30여분 밖에 안 걸리는데 불광역 인근까지 나오면 집값은 싸고 집은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불광역 인근에 일자리가 있어서 사람이 많던 것은 옛 이야기다. 보건원도 이사하고 이 근처가 출퇴근 인구가 있거나 대학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원룸 수요가 있던 것은 저렴함과 편리한 교통편과 살기에는 꽤 편한 거주환경이었을 것이다. 즉 싸고 살기 좋은 동네였다는 소리다. 그런데 첫째 요건인 "싸고"가 사라지면 누가 여기에 들어오겠는가. 불광역 연신내의 펄럭대는 미분양 신축 빌라 신축 풀옵션 오피스텔 전단지와 그나마 전단지 간에 팀킬하는 이들을 보니 씁쓸하다. 저렇게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면 빚때문에 쓰러지는 사람이 여럿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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